정태선의 '첫눈에' class 수업일지[5]
                                            -과정중심의 글쓰기-

    “우리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을 미국에서 다녔는데, 영어를 잘해서 항상 과제를 일찍 마칠 수 있었어. 그래서 선생님이 아들에게 오스틴이라는 미국 아이에게  책읽기는 것을 도와주라고 하셨지. 하루는 학교를 갔는데 오스틴 엄마도 같은 시간에 학교에 왔었어. 오스틴  엄마가 나를 보더니 반색을 하며 나에게 다가왔지.  원구 엄마냐고  묻더니, 원구가 학교에서 늘 자기 아들  책 읽는 것을 도와주어서 너무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거야. 그러면서 다음주 일요일에 자기 가족과 함께 피크닉을 가자고 하는거야.  그 후 미국에 있는 동안 그 가족과 우리 가족이 매우 친하게 지냈단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revising conference를 처음하게 되면서 경험하게 될  자존심 문제와 낯설음을 없애주기 위해 이야기를 재미 있게 해주었다.  아이들이 귀담아 듣는 모습이 엿보였다. 갑자기 ㉯학생이 선생님 책상에 붙어있는  Stanford U.스티커를 보더니,

   "선생님 아들이 Stanford 대학 나왔어요?”

맞다고 하였더니, 선생님 말을 더 귀담아 듣는 것 같았다.

그래서 글을 먼저 다 쓴 ㉮학생과 ㉰학생을, 그리고 ㉯학생과 ㉱학생을 짝지어주어 Revising Conference 를 하게 했다. ㉮학생이 질문했다.

      “선생님,친구글이 어디가 잘못 된지 알겠어요. 그런데, 제가 직접 어느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이렇게 직접 말해도 되요?” 정말, 똑똑한 머리와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을 갖춘 아이다. 

       “그렇게 말하면, 상대방이 기분 나쁠 수 도 있으니까, 잘못되었다고 직접 말하지 말고, ‘이 부분이 무슨 뜻이니? 잘 이해가 안 돼.'라고 질문하는 것이 좋겠지.”

       이렇게 말해 주었더니 다른 아이들도  귀담아 듣고, Revising Conference을 시작했다. 항상 아이들에게는 놀라운 잠재력이 있다. 진지하게 잘했다. ㉮가 ㉰의 글에 대해 Revising Conference를 마쳤다. ㉰에게 다른 색깔의 볼펜으로 글을 고쳐쓰게 했다. 다른 모듬에서는 ㉯가 글을 다시 쓰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와 ㉱를 짝을 지어주고 Revising Conference을 하게 했다. 그랬더니 ㉯와 ㉰가 글을 다 고쳐 쓰고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서로 Revising Conference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주로 ㉯가 ㉰에게 Revising Conference를 해주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에게 ㉯의 글을 Revising Conference을 해보게 했다. ㉰는 ㉯의 글을 소리내어 처음부터 끝까지 죽 읽기만 했다.   그런데 끝까지 다 읽은 ㉰가 뜻밖에 말을  했다.  

     “그래서, 땅이 어떻게 되었는데, 땅이 어떻게 살았냐고?”

   글을 쭉 읽기만 하더니 중요한 부분에서 결정적인 질문을  던졌다.  예상치 못했던 큰 수확을 얻었다. 
    네 명 모두 아직은 글쓰기가 서툴러서 모두 결론을 제대로 쓰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하루에 모든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될 것 같아 결론을 잘 쓰지 못해도 수업의 과정이 더 중요하니까 다음 기회에 가르치려고  마음 먹고 있었던 참이었다. 

    그런데 ㉰가 결론 쓰기에 대한 질문을 정확히 던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와, 애들아, ㉰가 정말 훌륭한 교사다. ㉰가 던진 질문 잘 들었지, 모두 ㉰의 질문에 대한 답을 문단의 마지막 문장으로 써보자.”

     지금 벌써 세 번째 글을 고치는 작업을 했다. 아이들이 그만 고치자고 할 법도 한데, 아이들은 글 고치는 작업에 폭 빠져 있었다.
     이제 아이들은 Revising Conference를 하면서 문장론까지 치고 들어갔다. 처음에는 생각의 흐름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를 나누더니, 과일이 무르익듯이  글쓰기에 흠뻑 빠져 무르익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내용을 어떤 문장으로 써서 담아낼지 문장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했다.

      집에 가야 할 시간이 다 되었는데 아이들이 글쓰기에 흠뻑 빠져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잠자코 기다리다가 시간이 너무 지나서 내가 말했다. 

     “이제 마무리 짓자. 선생님이 재미난 게임을 준비했어. 게임하고 집에 가자.”

      “선생님, 게임보다. 글쓰기 수업이 더 재미있어요. ”

 
    글쓰기가 재미 있다고 말하는 아이들은 극히 드물다.  
    아이들 눈빛에 깜짝놀라 아이들이 글쓰기를  더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었다. 열린교육에서는 구성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해서 수행평가 제도를 받아들이고 있다. 사실 어른의 기준으로 이 아이들이 쓴 글을 보면 몇 점의 점수를 줄 수 있겠는가? 어른의 완벽한 기준으로 본다면 70-80점 정도를 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날 수업의 과정을 보면, 글쓰기 뿐만아니라, 아이들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이들의 태도와 눈빛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점수로 측정해서 글쓰기 점수에 담아 낼 수 있겠는가? 그래서 구성주의 철학에서 말하는 결과 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한 것이고, 수행평가가 중요한 것이다. 
   
    멋들어진 과정중심글쓰기 수업이었다.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