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를 울린 X표시[5]
정태선 2009/06/05, 14:13:01, HIT : 4052

정태선 교육 스토리 5

      마음이 바른 딸아이를 울린 시험문제

   딸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다닐 때 일이다.     

   국어시험에 <두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부닥치는 그림 장면>을  주고 이 그림 다음에 나올 장면은?이 시험문제다.  그리고 문항에 세가지 그림이 나와 하나를 골라 맞추는 시험 문제다. (1)<두 아이가 싸우는 장면>, (2)<어른이 싸움을 말리는 장면>, (3)<두 아이가 화해하는 장면>'

    정답은 물론 (1)<두 아이가 싸우는 장면>이었다.

   딸아이는 (3)번 <두 아이가 화해하는 장면>에 동그라미를 쳤다가 틀렸다. 아이가 빨간 펜으로 X가 표시된 시험지를 들고 와서는 물었다.
      "엄마, 이 문제를 내가 맞춘 거야, 못 맞춘 거야? X는 틀렸다는 표시야, 맞았다는 표시야?"
미국에서는 틀린 것에는 ○표, 맞은 것에는 ∨표시를 해준다. 맞은 것에는 선생님이 체크했다는 뜻으로 ∨표시를 하는 것이다. 틀린 것에는 다시 한 번 들여다보고 맞는 답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라고 주의를 주는 뜻에서 ○표를 해준다. 한국에서는 틀린 것에 X표시를 한다고 알려주었더니, 아이는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며  묻는 것이었다.
     
      "그럼, 자전거 타다 부닥치면 먼저 싸워야하는 거야?
       <너 다친 데 없니?>하고 물어보면 안 돼?"
아이는 서러운지 엉엉 울었다. 나는 딸아이를 꼭 껴안아 주었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웠다.
     "우리 명원이 말이 맞아."

     물론 시험문제는 일이 일어난 차례를 물어 보는 시험문제였고, 교과서 나와 있는대로 일이 일어난 순서대로 정답을 써야 맞는 문제였다. 하지만 이렇게 마음이 예쁜 딸아이에게 시험지 푸는 요령을 가르쳐 주고 싶지 않았다.  바르고  맑은 마음을 계속 지니며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같은 뱃 속에서 나왔지만 큰아이는 천성적으로 인식욕이 강한 아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업성취감을 못 얻으면 정신적인 타격을 크게 받으리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큰아이는 학업성취감을 얻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런데 작은 아이는 학업성적에 관계없이 행복할 수 있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굳이 공부를 시키지 않았다. 이 생각이 우리 교육현실에서는 커다란 계산착오였다는 것을, 작은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절실히 느꼈지만 말이다.

      하루는  담임선생님을 찾아갔더니, 선생님께서 한마디 하셨다.
     "명원이가 아직 한국 사람이 아닌가 봐요?"
     "왜요? "
      보통 아이들은 공부를 안 해도 도덕시험 문제는 거의 다 맞히는데, 명원이는 반도 못 맞혀요. 한국아이 같지 않아요."

도덕(생활의 길잡이) 시험문제 요즈음은 이런 문제 안 나오지요? 
      

       문제1: 공부는 왜 하나? 정답;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딸아이 답: 공부는 재미 있어서(물론 X표시 오답이다)

       문제2:우리는 자라서 (      )이 되나요? (  ) 넣기 시험문제이다.  정답이 무엇일까? 난, 이렇게 어려운 시험 문제를 처음 보았다. 정답은 '어른'이다.   하도 기가 막혀 교과서를 찾아 보니 단원의 학습 목표가 직업이었다. 그래서 서두에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해 '우리는 자라서 어른이 됩니다. 어른이 되면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게 됩니다..,.,,,,,로 단원이 시작되었다.   


       "선생님 그래도 명원이가 마음이 맑은 아이예요."
       "그렇긴 해요. 그런데 집에서 공부를 안 시키시나요?"
 
       담임 선생님이 지적한대로 나는 딸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았다. 



      아이 둘 다 모국의 문화에 적응해 가기 시작하며서,    이런 시험문제가 없어지기를 바라면서, 엄마의 본능으로 번쩍 들었던  백기는 접어놓고 열린 교육자료를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학교 교육이 보탬이 되는 교육자료를 쓰고 싶었다. 내가 이 땅의 교육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장에서 내가 작은 밀알 한 알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글쓰기 파피루스를 집필로 들어갔다. 

    내 아이가 겪은 한국 학교이야기를 하게 된것은  무조건 학교만을 비판하고 교사만을 비판하기 위해서 쓴 글은 아니다. 나는 오히려 강의 때마다 어머님께 교사를 존중해 주는 사회가 되어야 교육이 바로 선다는 말을 하고 스스로도 교사를 존중하려고 노력하는 두 아이의 엄마였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일방적으로 어느 한 쪽에서만 퍼부어야 할 일은 분명 아니다. 부모들이 보내는 존경의 마음을 교사는 다시 아이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되돌려주어야 아이들은 자신과 타인을 존경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었을 때 한국교육은 힘을 얻어 빛나는 한국 문화를 창조해 나갈 수 있으리라 본다. 

    내가 하는 일은 언어교육, 모국어 교육이라는 작은 분야이지만, 내 꿈은 감히 대한민국 교육의 장을 바꾸고, 교육문화의 패러다임을 세계를 향해 미래를 향해 넓히고 싶은데 있다. 

      

첨부파일 : (첨부 파일 없음)
IP : 122.38.♡.249


(현재 / 최대Byte)

다음글 이전글
        목록보기
[공지] 정태선       자율성 키우기의 첫걸음 [265] 2009/06/08 14385
7 정태선       멸치동의 소문난 학습법 [36] 2009/06/05 4696
6 정태선       지렛대효과 학습법 [2] 2009/06/09 4975
5 정태선       딸아이를 울린 X표시[5] 2009/06/05 4052
4 정태선       백기 든 엄마의 본능[4] 2009/06/02 2160
3 정태선       신문배달부 엄마의 교육철학[3] [2] 2009/06/05 1471
2 정태선       선생님을 잘 만나서 그래[2] [2] 2009/05/27 1797
1 정태선       미국도서관에서 아동문학에 폭[1] [3] 2009/06/04 1608
[이전 10개][1][이후 10개]
 

 

 

상호명:책끼읽끼     대표자 정태선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봉로57 호수빌딩 8층 S7      사업자등록번호  101-81-63554     통신판매신고  제01-5597호     부가통신사업신고 제18641호대표전화 02-730-1901     교육사업부 02-730-1929     팩스번호 02-730-1903(평일09:00~18:00, 토요일 09:00~13:00) 개인정보관리책임 papyrusy@naver.com  Copyright(c)2008 책끼읽끼. All rights reserved.